24절기 한로(寒露), 이슬이 차가워 지고 국화 향기 가득한 가을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는 걸 느끼게 되는 절기, 한로(寒露). 아침 공기 속에서 서늘함이 배어들고, 풀잎 끝에 맺힌 이슬이 유난히 반짝이는 시기예요.
매년 10월 8일이나 9일 무렵이면 찾아오는 이때, 우리 조상들은 이슬의 변화로 계절의 흐름을 읽었다고 합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찬 공기가 가득하고, 국화 향기가 가득해지는 24 절기 한로(寒露)에 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찬 이슬이 내리는 때, 한로는 언제일까?
한로는 태양이 황경 195도에 도달할 때 시작돼요. 음력으로는 9월, 가을이 무르익는 시점이죠. 이때의 이슬은 여름의 온기를 잃고 서늘한 기운을 머금습니다.
서리가 내리기 직전의 차가운 이슬, 그게 바로 ‘한로’ 예요. 요즘처럼 일교차가 큰 날엔 새벽마다 이슬이 더 맑게 맺히죠. 아침 산책길에 흰 이슬을 밟는 순간, “아, 이제 정말 가을이구나.” 싶어요.
기러기와 국화의 절기, 옛 기록 속 한로 이야기
고려 시대의 기록인 『고려사』에는 한로를 이렇게 설명해요.
“한로는 9월의 절기이다. 초 후에 기러기가 오고, 차후에 참새가 물속으로 들어가 조개가 되며, 말 후에는 국화가 노랗게 핀다.” 이 문장을 읽으면, 그 시절 사람들이 자연을 얼마나 세밀하게 관찰했는지 느껴져요.
하늘을 나는 기러기, 노랗게 물드는 국화꽃, 그리고 차가운 공기. 이 모든 풍경이 한 장의 동양화처럼 겹쳐집니다.
농촌의 들녘, 수확이 절정에 이르는 계절
한로는 농부들에게 ‘바쁜 행복의 시기’였어요. 찬 공기가 본격적으로 내려앉기 전, 오곡백과를 거두는 때이기 때문이죠. 벼 타작 소리, 볏짚 타는 냄새, 그리고 들판 가득한 황금빛 물결이 가을의 상징처럼 번졌습니다.
이 시기의 하늘은 유난히 높고, 바람은 맑아요. 그래서 ‘천고마비(天高馬肥)’라는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에요. 가을의 들판은 정말, 그 어떤 계절보다 풍요롭고 평화롭습니다.
붉은 수유와 높은 산, 한로의 풍속 이야기
한로는 중양절과 겹치는 시기이기도 해요. 그래서 옛사람들은 이때 머리에 붉은 수유열매를 꽂거나 높은 산에 올랐다고 하죠. 붉은색은 잡귀를 막아주는 ‘양(陽)’의 색이라 믿었기 때문이에요.
저는 이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그 시절 사람들은 자연을 두려워하면서도 참 따뜻하게 사랑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높은 산에 올라 수유를 꽂고 고향을 바라보는 마음, 그게 바로 가을의 정서 아닐까요?
한로의 맛, 따뜻한 추어탕 한 그릇
기온이 떨어지는 한로 무렵엔 몸을 덥히는 음식이 꼭 필요했어요. 그중 대표가 바로 추어탕이에요. 『본초강목』에서는 미꾸라지가 양기를 돋운다고 했는데, 그래서인지 가을엔 미꾸라지로 만든 탕이 인기였죠.
갓 잡은 미꾸라지를 푹 끓여 낸 추어탕은 몸속까지 따뜻하게 데워주는 ‘가을의 보양식’ 같은 존재였어요. 요즘도 이맘때쯤이면 시장이나 식당마다 고소한 냄새가 가득하죠.
절기의 의미, “철을 안다”는 말처럼
예전에는 절기를 모르면 농사를 지을 수 없었어요. 그래서 사람들은 절기를 읽는 법을 배우며 ‘철을 안다’는 말을 썼죠. 그건 단순히 계절을 구분하는 게 아니라, 삶의 리듬을 자연에 맞추며 살아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24 절기는 그런 지혜의 기록이에요. 입추에서 상강으로 이어지는 가을의 여섯 절기—그중에서도 한로는 ‘이제 서리가 오기 전, 마지막 가을빛을 담는 시기’로 기억됩니다.
잠시 멈춰, 한로의 하늘을 바라보며
한로는 그냥 지나쳐도 되는 날이 아니에요. 잠시 멈춰서, 찬 이슬이 맺히는 아침 하늘을 한 번쯤 바라보면 좋겠어요. 바람은 차가워도, 그 속엔 묘한 따뜻함이 담겨 있거든요.
이 계절엔 괜히 마음이 조용해지고, 커피 향도 조금 더 진하게 느껴집니다. 올해 한로에는, 하늘 아래에서 나만의 ‘가을 한 조각’을 느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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